‘어르신’이라는 익숙한 이름 뒤에 숨겨진 새로운 얼굴
'시니어', '노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은퇴 후 조용한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꼼꼼히 가계부를 쓰며 절약하는 모습이 익숙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이러한 고정관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오늘날의 시니어 세대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궤적을 그리며 대한민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경제 및 문화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액티브 시니어 입니까?

어떠한 시니어인지 상세 결과를 알고 싶다면 우리금융 그룹의 리포트 부록을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리포트 다운로드 받기(출처 우리금융그룹) : https://www.woorifg.com/kor/pr/financial-report/list.do
전문가들이 ‘뉴노멀 시니어(New Normal Senior)’라 부르는 이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최초의 디지털 네이티브 시니어’로서,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삶의 양식을 보여줍니다. 우리금융그룹의 '2025 트렌드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한 데이터로 증명합니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우리가 시니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낡은 편견을 단번에 깨뜨리는 가장 놀랍고 영향력 있는 5가지 대반전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제, 익숙한 이름 뒤에 숨겨진 그들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시간입니다.
1. 지출 1순위는 '나를 위한 소비': 자녀 독립과 함께 찾아온 뜻밖의 소비력
시니어의 월평균 수입(532만 원)은 중년 세대(609만 원)보다 줄어들지만, 2030 청년 세대보다는 여전히 높습니다.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부분을 탄탄한 자산소득과 연금소득이 보완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놀라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수입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소비 지출(229만 원)은 중년 세대(254만 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 막강한 소비력의 비밀은 수입의 크기가 아니라, 더 이상 지출하지 않게 된 항목에 있습니다. 바로 성인 자녀에게 들어가던 막대한 지원 비용입니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들어가던 비용이 사라지면서, 그 여유 자금이 고스란히 ‘본인 중심 소비’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특히 ‘여가활동’에 연간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하는 시니어 비율은 64.3%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자녀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고,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평균 뒤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보고서는 시니어 세대 내 양극화(polarization)가 심화되고 있음을 경고합니다. 이 막강한 소비력은 모두의 현실이 아닙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하위 20%) 시니어 가구는 매월 평균 49만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한 시니어와 최소한의 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가 공존하는 것, 이것이 오늘날 시니어 세대의 양면적 현실입니다.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아내와 저 자신을 위해 더 투자하게 된 부분이 있죠. 네일이나 피부관리를 받기도 하고, 이전에는 소박한 편한 옷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더 비싸고 좋은 옷 위주로 구입하죠.
2. "부동산으로 부자 되는 시대는 끝났다": 자산 형성의 공식을 새로 쓰는 시니어
시니어 세대가 현재 평균 7억 8천만 원에 달하는 자산을 축적하는 데 ‘부동산’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과거 '내 집 마련' 목적으로 구입했던 집의 가치가 수십 배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부를 쌓을 수 있었던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짜 반전은, 부동산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그들 스스로가 “지금은 부동산으로 우리 세대처럼 부를 쌓기 어렵다”고 단언한다는 점입니다. 이 아이러니는 시니어 세대의 부동산 보유율이 85.9%로 전 세대 중 가장 높다는 사실과 맞물려 더욱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더욱 흥미로운 분석은 시니어들이 자녀 세대에게 ‘투자하지 말아야 할 상품’으로 코인/가상자산 다음으로 ‘부동산’을 꼽았다는 사실입니다. 대신 이들이 유망 투자처로 추천하는 것은 바로 ‘주식/ETF(특히 해외)’였습니다. 이는 부동산 불패 신화가 저물고, 금융 투자 역량이 자산 증식의 핵심이 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지표입니다.
부동산의 영향이 가장 컸죠. 사실 집을 살 93년도 당시에는 집값이나, 투자가치를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냥 가족들과 가까이 살 수 있는 집을 골랐거든요. 그렇게 산 집인데도 불구하고, 열 몇배가 뛰더라니까요?
3. 일이란 생계 수단을 넘어 ‘존재감을 유지하는 수단’
전체 시니어 4명 중 3명은 여전히 비은퇴 상태로 활발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60대 후반(65-69세)에서도 절반이 넘는 59.2%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일이란 더 이상 돈벌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퇴를 늦게 계획할수록 ‘생활비 마련’과 같은 경제적 동기보다 ‘삶의 활력 및 건강 유지’, ‘자아실현과 도전’, ‘사회적 관계 유지’ 등 비경제적 동기가 훨씬 중요해집니다. 실제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시니어의 80.7%는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노후의 큰 자산’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일이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사회적 소속감과 자존감을 지키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인 셈입니다.
일을 안하게 되면 고인물처럼 침체되기만 해요. 우린 계속 ‘흘러가야’ 하는데 말이에요.
4. ‘액티브 시니어’라는 멋진 이름의 무게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은퇴 이후에도 활발하게 사회 활동, 여가, 소비를 즐기는 시니어 세대의 긍정적인 모습을 담은 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멋진 이름에는 우리가 몰랐던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정작 시니어 스스로 ‘나는 액티브 시니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4.0%에 불과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용어에 대한 모순적인 심리입니다. 시니어들은 ‘액티브 시니어’라는 표현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면서도, 동시에 ‘내 또래를 액티브 시니어로 통칭하는 사회적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비율이 상당수(안정형 시니어의 80.0%, 액티브 시니어의 61.2%)에 달했습니다. 이러한 자기인식은 단순히 마음가짐에 그치지 않습니다. 보고서는 ‘액티브 시니어’가 ‘안정형 시니어’에 비해 평균적으로 총자산은 1.2배, 월수입은 더 높다는 점을 보여주며,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경제적 여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아무리 긍정적인 프레임이라 할지라도, 획일적인 세대 규정은 개인에게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니어라는 하나의 단어 속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존중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MZ세대, X세대라고 세대를 정의하고 구분하는 말들이 있지만, 사실 모두가 그런 사람은 아니잖아요? 굳이 이렇게 통틀어서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지 않으면 내가 잘못산건가? 맞춰가야 하나? 하는 부담감이 상당할 것 같아요.
5. 가장 큰 재무 고민: “돈은 모았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시니어 세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자산을 축적한 세대입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노후자산을 어떻게 인출하고 사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비율’이 단 3.4%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이들의 진짜 고민은 자산을 ‘어떻게 불릴까’가 아니라, ‘어떻게 인출하고 사용할까’(41.1%)에 더 집중되어 있습니다.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 지식 부족’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예상치 못한 지출 발생’과 ‘예측 불가능한 수명’에 대한 극심한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자산을 모으는 축적(accumulation) 단계에서, 모은 자산을 현명하게 쓰는 인출(decumulation)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의 복잡한 심리적, 실질적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불안감 때문에 시니어의 47.3%는 노후자산 활용에 대한 전문적인 자산 관리 및 상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도움이 필요한 영역으로 ‘노후자금 인출/지출 설계’를 꼽았습니다.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 세대에게 던지는 질문
오늘날의 시니어는 더 이상 수동적인 부양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소비하고, 일의 의미를 재정의하며, 새로운 자산 공식을 써 내려가는 우리 사회의 핵심 동력입니다. 이들이 자산 시장, 노동 시장,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걸쳐 만들어낼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우리 사회 전체에 거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노년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는 시니어 세대, 이들의 다음 챕터는 우리 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 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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